휴가를 내고 아들과 시간을 보냈다.
주식시장도 별론데 평소 생각이나 끄적거려 본다.
개그맨 김재우님의 인스타그램(@kumajaewoo)을 보면 '신혼애송이들'에게 보내는 그의 개그
같지만 인생의 경험이 담긴 조언들이 종종 보인다. 거기서 나도 용기를 얻어 아무도 와보지 않는
이 블로그에 아직 자신만의 인생 살기에 바쁜 인생 1막인 인생후배 애송이들에게 몇마디 적어본다.
결혼을 고민하는 동생들이 가끔 물어봤었다. 형은 언제 결혼해야겠다고 결심했어요?
'그냥 여자친구 가족들을 만날 때, 이 사람들과는 가족이 될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라고
대답하긴 했지만 뭔가 의미심장하고 그럴듯한 대답을 해줘야겠다는 생각 때문인지 제대로 된 답변을
하지 못했던 것 같다.
이제와서 생각해보면 그 땐 나도 아직 그들과 다를게 없이 아무것도 모르는,
그냥 결혼만 좀 더 빨리한 형이 아니었을까 싶다.
wedding ceremony는 했지만 정작 marriage에 대해서는 이해하지 못한 상태였던 것 같다.
(사실 정확한 이유를 말하자면 난 결혼을 결심한 적이 없다. 여자친구가 하자는대로 하다보니 했....)
그리고 자식이 생긴 이후에 나는 나름의 깨달음을 얻었다. 결혼은 안한 친구들은 마치 그 이후의
삶이 인생 2막처럼 느껴져서 그런 질문을 했겠지만, 결혼은 그저 인생 2막을 위한 준비 단계이자 연습 단계다.
진정한 인생 2막은 자식을 낳는 순간부터다.
자식을 낳고 키우다 보면 알게된다. 쉽게 정리해보자. 아이는 나에게
1. 경험하지 못하면 알 수 없는 차원이 다른(literally) 사랑의 감정을 깨워 준다.
(백번 말해도 이건 알 수 없다. 낳아보라)
눈에 넣어도 안아프다는 표현은 그냥 나온게 아니다.
2. 아무리 노력해도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인데, 포기조차 할 수 없는 것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려준다.
3. 1번과 2번의 연장선상에서 나를 희생할 수 있는 나 자신 보다 더 소중한 것이 생긴 것이다.
결국, 내 세계관이 변한다. 우주의 중심이 '나'에서 '자식'으로 옮겨간다.
난 3남매를 낳고 키우고 싶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철부지였다고 한다...
뭔가 엄청난 것 처럼 말했지만, 엄청나다. 사실 말로 설명할 수 조차 없다. 그렇게 느끼다보면 이거야 말로 인생 2막이구나 하고 자연스레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결혼이란, marriage란 이런 세상의 변화를 받아들이기 위해 '나' 이외의 다른 것들로 인한 '나'의 변화와 그 필요성, 방법 등을 받아들이고 연습하는 과정이구나하고 느끼게 된다.
물론 남녀 간의 사랑으로 이루어진 '결혼'이라는 사건을 이런 과정으로 일축하려는 의도는 아니다. 단지 내 머리속 개똥철학을 갈고 닦는 과정에서 그런 의미로 다가왔다는 것일 뿐.
돌아보면, 결혼 생활은 결국 나와 사랑하는 와이프가 지금까지의 서로 다른 생활 방식과 사고 방식에서 점차 부딪히며 이해하고 변화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이런 내 개똥 철학을 갖게되기 전까지 나에게 인상깊었던 주례사 중 하나는 '치약짜는 방법가지고도 싸우게 된다. 그럼 싸우지 말고 치약을 두 개 사놓고 써라'라는 내용이었다. '이런 신박한 방법이'라며 유레카를 외치고 싶은 주례사였지만, 지금은 조금 다른 의미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왜냐하면 바로 결혼 생활의 의미는 '두 개의 치약을 사라'는 결론이 아니라 그런 사소한 이유로도 싸우게 되는 그 과정에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가 두 개의 치약이든, 나처럼 밀려 내려온 치약은 다시 올리면 그만이지라고 생각을 바꾸는 것이든, 어떻게 서로 그런 '차이'들을 메워나가는지가 핵심인 것이다. 그리고 서로 그 과정과 결론에 대해 고민하고 의미있게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그 과정을 통해서 숙달되고 단련된 '나'는 점차 우주의 변화인 나를 똑 닮은 자식을 낳음으로써 인생 2막을 올리게 된다.
그래서 나는 이제부터는 결혼에 대해 물어보는 동생들이 생기면 이렇게 말해 줄 생각이다. (딩크족 제외)
경험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일이기에 최대한 간결하고 쉽게 말해줘야 할 것 같다.
"너의 삶의 주인공은 바로 너야. 그건 이미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해. 근데 결혼(marriage)하면 점점 네 세상의 중심이 너한테서 멀어질거야.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이 네가 능동적으로 변해야하는 삶이 펼쳐져. 널 그렇게변하게 할만한 사람인지 생각해봐. 그리고 함께 변할 수 있는 사람일지도."
"아 그리고 제일 중요한 얘기긴 한데, 아마 이해는 안될거야. 그냥 듣기만 해봐. 결혼해서 그렇게 변해가는 건 나중에 자식을 낳고 너와 배우자로 이루어졌던 세상의 중심이 그 아이로 변할 때를 위한 연습 기간이라고 생각하면 될거야. 그 때부터가 인생 2막이거든."
이해하기 쉬운 말들로 다듬어 봐야겠다. 여전히 너무 형이상학적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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